< 이 세상 모든 꽃이 장미라면? >
달을 따러 간 반달곰 (마음이 자라는 어린이 4)
정재훈 저 / 씨앤톡 / 2011-07-18 / PDF 파일 (지원단말기 : 아이폰·아이패드·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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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수공원이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걷기운동을 하지요. 호수공원은 이제 해마다 열리는 봄의 꽃축제로 웬만한 나라잔치급의 행사처럼 북적입니다. 최첨단 장비와 시설들이 축제를 위해 임시 설치되고, 전국과 해외에서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거나 실물대백과 사전에서나 겨우 본 듯한 온갖 희귀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공수되고 있습니다. 사실 꽃들은 제가 있는 자리에 조용히 살면서 가금 찾아오는 벌과 나비와 세상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내는 걸 더 좋아할지 모릅니다. 비바람이 아무리 거세고, 오염된 공기라 할지언정, 사람들의 무책임한 손길이 귀찮을지언정 제 터전을 더욱 그리워 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인간의 즐거움과 상업적 만족을 위해 세상 곳곳에서 꽃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1만 가지 꽃이 있다면 1만 가지의 모양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1만 가지의 이름이 있는 꽃들이지요. 같은 이름의 꽃이라 해도 저마다 생김새가 제각각입니다. 그것은 마치 김씨 문중이라 하여 얼굴이 다 같지 않고, 홍길동 집안이라 하여 모두 닮은 얼굴이 아니며, 쌍둥이라고 해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는 것과 같지요.
그런데 ‘달을 따러 간 반달곰’의 어린 주인공 마로는 바로 이런 문제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좀 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깊은 산속 동물마을에 살고 있는 귀여운 아기 반달곰 마로는 동물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아빠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시는 엄마, 자신의 소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듬직한 형 바로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자. 이 정도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반달곰 가족이 아닐까요? 아픈 사람도, 집 나간 사람도, 싸우는 사람도 없는 가족. 그런데 왜 마로의 얼굴이 우울할까요?
반달곰이 마로의 가슴에 정작 반달곰 무늬가 없어서이지요, 친구들에게 마로는 좋은 장난감이자 놀림감 대상입니다. ‘반달곰에게 반달무늬가 없는 건 호호 불어 먹는 호빵에 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 호빵에 팥이 없다면 호빵이 아니라 그냥 밀가루 반죽이지!’ ‘반달무늬가 없는 마로는 그냥 곰이야, 곰! 절대 반달곰이 아니야!’
친구들의 놀림에 마로의 가슴은 반달곰 무늬 대신 상처투성이로 점점 아픔이 깊어갑니다. 마침내 원망이 쏟아지지요. ‘왜 엄마랑 아빠는 날 이렇게 낳아주신 거지? 미워, 미워!’ 마로는 울부짖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니 유일하게 믿고 사랑해야 할 부모님이 어느새 원망과 미움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은 함께 가슴 아파하면서도 마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려 애씁니다. 그것은 올바른 가치관을 말하기도 하지요. ‘마로야. 가슴에 반달무늬 있든 없든 우리는 한 가족이야. 그리고 그깟 무늬 때문에 네가 반달곰이 아니란 건 말도 안 된단다.’ 그래도 마로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으니 어떡하나요!